본문 바로가기
문화생활

[도서] 독소전쟁 : 오키 다케시 지음

by Yulpo 2023. 2. 20.
반응형

 

이 책은 일본의 이와나미신서라는 교양서 시리즈의 하나로서 출간된 책이다. 처음에는 책의 아담한 크기를 보고 내용이 빈약할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의외로 누구나 독소전쟁사의 전체 양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알차게 담겨 있었다. 아무래도 깊게 파고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 때문에, 그다지 전쟁사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꼭 필요한 내용을 추려서 정리한 정성이 엿보인다.

 

더구나 과거 독소전쟁사에서 주류가 되었던 주장들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거짓으로 밝혀졌다거나, 과장된 내용이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쟁사 매니아들도 이 책을 읽어볼 이유가 존재한다.

 

저자는 1941년 6월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시작된 독일의 소련 침공부터, 소련의 반격으로 1945년 독일이 패망할 때까지의 전쟁사를 핵심 위주로 정리하였고 최신 연구 성과를 가미함으로써 흥미를 유발하였다. 타이푼 작전, 청색 작전, 바그라티온 작전 등 주요 작전들에 대한 지도도 충실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매우 쉽다.

 

여기에 독소전의 성격과 관련하여 통상전쟁, 수탈전쟁, 세계관전쟁(절멸전쟁)의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전쟁 말기로 갈수록 세계관전쟁의 성격이 강해졌다는 저자 고유의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독일과 소련 모두 수많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점 역시 빼놓지 않고 지적하고 있는데, 서로를 멸망시키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전쟁이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전쟁의 참상이라 하겠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어느 일방에 대한 도덕적인 비난 대신, 논리적으로 그러한 참상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 상 일본이 미국을 공격하여 발발한 태평양전쟁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으나, 만약 저자가 미일전쟁사를 서술하더라도 양 쪽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서술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생뚱맞은 것은 옮긴이의 후기 내용이었다.

옮긴이는 후기에서 이 책이 국가주의에 대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하였고, 광복절을 건국절이라고 부르는 세태에 대하여 비판적인 논조로 적어 놨는데, 솔직히 이 책이 과연 옮긴이의 생각과 같이 국가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독소전쟁사를 접하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연스럽게 다시는 참혹한 전쟁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은 저자의 신념이나 사상을 독자들에게 전파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고, 독소전쟁사의 통사를 다룬 책에 해당한다. 역사서의 저자가 가진 의도를 상상하거나 과장하는 것 역시 국가주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저자의 후기를 보면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중의 독소전쟁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간략하게 다룬 교양 서적이라는 목적에 충실하였을 뿐, 딱히 국가주의를 비판하거나 역사전쟁에 관하여 쓴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상당한 부분이 독일과 소련의 전쟁 전략, 작전술, 전술 등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고, 히틀러와 스탈린이 각자 벌인 실책과 성과들에 대하여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을 보아도 그렇다.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독소전쟁사 전반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