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시민 시리즈 3번째 작품인 '가을철 한정 구리킨톤 사건'을 읽어보았다.
제목을 보고 구리킨톤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선 작품 제목인 타르트, 파르페는 머리 속에서 어느 정도 모양이 그려지는데, 구리킨톤은 도무지 무엇인지 떠올릴 수 없었다.
알고 보니, 구리킨톤은 일본 기후 현에서 가을철에 밤을 가지고 만드는 과자라고 한다. 참고로 작품 내에서는 밤으로 만든 사탕 비슷한 마롱글라세라는 디저트도 등장한다. 물론, 먹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맛은 상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소시민 시리즈의 특징은 제목이 전부 달콤한 디저트 이름이라는 점인데, 실상 내용은 그렇게 달콤한 내용이 아니고 오히려 씁쓸한 맛이라는 점이 좋다. 다만, 고전부 시리즈에서 느껴지는 씁쓸함과는 약간 결이 다른 것 같다. 두 주인공은 본인들의 추리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언제든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의욕에 가득차 있는 동시에, '소시민'을 추구하는 약간 이율배반적인 인물들이다. 따라서 여느 추리 소설처럼 멋지게 추리를 풀고 기뻐하는 모습이라기 보다는, 소시민의 역할에서 벗어난 일을 했다는 자괴감 비슷한 것을 느끼는 씁쓸함인 것이다.
어찌 보면 소시민 시리즈의 제목 디저트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점은, 단순히 오사나이가 즐기는 제철 디저트를 뜻한다기 보다는, 달콤한 디저트를 잔뜩 먹고 나서 불어난 체중에 대하여 후회하는 것처럼, 주인공들이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후회를 느낀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인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매력은 이 시리즈의 첫 작품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고, 이번 세 번째 작품에 이르러서야 인물들의 개성이랄까 가치관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 된 그들, 아마도 4번째 '겨울철' 사건이 마지막 편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창조된 이상 조금 더 등장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는 굉장히 다작에 능한 것 같다. 그동안 읽은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 그리고 '책과 열쇠와 계절'은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서 그나마 쓰는 것이 쉬웠을 것 같지만, 각 작품에서 주인공들이 풀어가는 사건들은 저마다 특징이 다르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같이 넘치는 창작에 대한 영감은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지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다음으로 읽어볼 책은 최신작이자 스핀오프인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인데, 이들이 어떤 추리를 하게 될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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