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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드라마] 더 루키(The Rookie) 감상

by Yulpo 2022.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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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저씨가 신입 경찰이 된다면?
왓챠에서 본 드라마 '더 루키'는 아저씨를 위한 일종의 판타지다.

주인공 잭 놀란은 사업 실패한 이혼남이지만 성공한 친구가 빌려준 번듯한 저택에 살고, 늙은 신참으로서 경찰일에 애환을 겪지만 시행착오끝에 능력을 인정받는데다가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까지 있다.

물론 그러한 성공은 40살이 넘어서 삶의 연륜을 바탕으로 경찰이 되었기 때문에 얻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현실을 반영했는지 모르겠지만 극 중 묘사되는 LAPD의 모습은 상당히 리얼하다. 대부분 히어로물과 동일시되는 다른 경찰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물론 이 드라마도 진행이 되면 될수록 소재 고갈 탓일까 약간 블록버스터 영화 느낌 나는 회차들도 등장하긴 한다. 그래도 총격전부터 진상 민원처리까지 두루두루 경찰관이 겪는 고충들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드라마 제목과 같이 3명의 신참, 루키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이 각자 훈련을 담당한 사수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모습도 흥미롭다. 각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상사와 티격태격하면서도 단순히 상하관계가 아닌 서로 존중하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이 드라마는 결국 관계에 대한 고찰로 가득찬 것 같다. 직장생활과 삶의 관계,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 경찰과 범죄자 또는 피해자와의 관계, 동료 및 연인 관계 등 우리의 흥미를 돋구는 수많은 소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몇몇 회차들은 리얼함보다는 오히려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들이 꽤나 있지만 이 드라마는 재미와 더불어 몇 가지 의미있는 질문을 던져준다.

1.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직업(삶)을 사는 것이 가능한가?

드라마 주인공은 해낼 수 있다. 현실에서는 어떤 직업을 추구할 것인지, 그 전의 직업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 생계와 건강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이든 후의 새로운 도전은 매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드라마와 같이 존경할만한 사수와 동료가 존재할런지도 문제다.

2. 상사 또는 동료와 나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가?

드라마에서는 경찰조직에서 주인공의 나이를 불편해하거나 비웃는 시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국 동료들과 나이를 초월하는 우정을 나누는데 성공한다.

이러한 모습은 미국, 아니 서양 문화에서는 어쩌면, 운이 좋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둘 이상만 모이면 나이부터 묻고 서열을 따지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어린 상사와 나이든 부하 관계는 어디서나 어려운 관계이지만, 어떤 직종을 택하느냐와 서로 나이를 떠나 인간적으로 존중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관계가 유지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3. 평온한 삶은 얼마나 가치있는 삶인가?

모든 드라마는 극적이다. 경찰 드라마는 더욱 극적이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평온할 날이 없다. 일 자체가 그렇고 때로는 일 외적인 부분에서 고민과 고난이 끊이질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드라마와 현실 사이에 몇 안되는 공통점인지 모른다. 평온하게 드라마 정주행을 하는 그 순간 외에, 현실의 모든 순간이 평온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직장생활, 가정생활, 학교생활 모두가 치열하고 예상할 수 없는 고난이 닥쳐오기도 한다. 미리 대비할 수도 없고 대비하려고 하여도 스트레스만 받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온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새로운 도전도 그 최종적인 목표는 평온함일 것이다. 나이와 관계 없이, 끊임없이 재산, 건강, 사람을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평온한 마음으로 평온하게 삶을 마치고 싶은 생각은 너무 소시민적인 생각일까?

추리소설 소시민 시리즈를 읽어서일까. 소시민을 추구하는 것도 꽤나 어렵고 도전적인 과제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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