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역사 중 1592년 일어난 임진왜란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주제이다.
학생 시절에도 국사 과목을 배울 때 흥미진진하게 배우는 몇 안 되는 사건들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임진왜란사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접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역사에 대한 인식을 보다 넓게 확장시켜 주는 책이었다. 제목에서는 마치 해양과 대륙의 대립이나 전쟁만을 다룬 책으로 보이지만, 내용 상으로는 동아시아의 전쟁 뿐만 아니라 문화적 교류, 종교의 전파, 국제 무역, 역사에서 소외된 인물 등 다채로운 주제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책이었다.
임진왜란의 성격은 동아시아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국제적인 전쟁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본 전국시대와 누르하치의 여진 통일, 그리고 청나라에 의한 명나라의 멸망, 타이완의 정씨 정권 몰락까지 그 전후로 벌어진 다양한 사건들의 흐름 전체를 보아야 한다는 내용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6~17세기 무렵 동남아시아에서 현지 세력과 유럽, 중국, 일본 등의 외부 세력 간에 활발하게 교류하였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일본이 어떠한 역사적 관점을 바탕으로 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에서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주장을 펼치기에 이르렀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1802년에 전남 신안 지방에서 표류하여 유구 왕국(오키나와)에 표착했던 홍어장수 문순득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문순득 일행은 1802년 10월 유구를 떠나 귀국길에 올랐으나 또다시 표류하여 오늘날 필리핀의 루손에 표착하였다. 이는 한반도 주민이 처음으로 필리핀을 방문한 사건이라고 한다. 1803년 8월, 루손에서 마카오로 도착, 이후 마카오에서 출발하여 북경 도착, 1804년 11월에 이르러 조선으로 출발하여 1805년 1월 전남 우이도에 도착하였다.
일본의 다이코쿠야 고다유 선장은 또 어떤가? 그는 1783년 일본의 이세 지역에서 출항했다가 알류샨열도에 표착하여 러시아인들에게 구조되었다.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갔다가 1792년에 귀국하였다.
18세기까지만 해도 문순득과 고다유와 같은 표류민들을 통해 다른 세계의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시대였던 것이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만약 더 일찍 쇄국 정책을 변경하였더라면 더 빠른 근대화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유라시아 동부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전개된 과정을 보면서, 1658년 나선 정벌이 어떤 배경에서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1689년 러시아와 청나라 사이에 체결된 네르친스크조약은 중국 역사 상 최초로 외국과 평등하게 체결한 조약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이후 러시아는 1804년에 일본에 통상 관계 수립을 요구하였다. 이처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유럽 국가인 러시아가 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맺게 된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조선과 일본이 가지고 있던 단순한 세계관은, 늦고 빠르고의 차이가 있을 뿐 공통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의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오늘날은 어떠할까?
이 책은 16세기에서 시작하여 한국전쟁이 끝난 20세기 중반까지 쉴틈없이 유라시아 동부의 역사를 바라본다.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야가 확연하게 넓어짐을 느꼈다. 학교의 역사 시간에는 다루지 않는 우리나라 주변국들이 어떻게 역사의 물결을 헤쳐 왔는지, 유라시아 동부의 역사가 한중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더 넓고 많은 사람들의 역사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덧붙여 내용 중 보드게임이 등장해서 살짝 놀라기도 했다. 일본이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면서 마치 부루마불을 닮은 게임을 만들었던 것이다. 아니, 부루마불 같은 게임의 먼 조상이 이러한 주사위놀이라고 해야겠지만...전체주의 사상의 프로파간다로 보드게임이 사용된 사례로서 씁쓸하지만, 보드게임이라는 형태 자체로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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