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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북해도전쟁 리뷰 : 일본이 분단된 세계에서 벌어진 전쟁

by Yulpo 202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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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일본은 항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종결되었으나, 한반도는 분단되고 냉전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이다.

 

그런데 만약, 냉전의 시작과 동시에 일본이 남과 북으로 분단되었다면 어떤 역사가 펼쳐졌을까? 

이번에 소개할 '북해도전쟁'이라는 보드게임은 일본의 극우 소설가로 유명한 사토 다이스케(佐藤大輔)가 쓴 소설 '정도'를 원작으로 한 워게임이다. 극우 소설가가 왜 일본의 분단을 배경으로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단순히 한반도의 6.25.전쟁과 같은 전쟁이 일본 홋카이도에서 벌어지는 전쟁소설을 써 보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일본도 군비를 증강시키고 정식 군대를 보유하여야 한다는 사상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다 보니 이러한 소재를 골랐던 것일까. 위 소설가는 2차 대전에서 승리한 독일에 대하여 일본이 맞서 싸우는 소설도 썼다고 하니, 기본적으로 이른바 국뽕이 베이스로 들어가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일본 워게임 잡지인 커맨드매거진 50호(コマンドマガジン第50号)부록으로 수록된 이 게임은 1952년 6월, 홋카이도 북부의 북일본이 남일본을 침공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1952년 8월까지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

 

1턴 배치 모습

 

배경이 1952년인 만큼, 일본군의 명칭은 자위대도 아닌 경찰예비대에 불과하고 미군 4개 사단이 일본을 지원하는 설정이다. 1턴에서 이미 북일본군이 침공하여 전선이 형성된 상태인데, 북일본군은 3개 전차사단과 2개 보병사단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금방이라도 전선을 돌파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북일본군은 1턴과 2턴에 각각 1개 전차사단이 추가로 증원되므로 남일본군 입장에서는 증원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지연하면서 전선을 뒤로 물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9턴부터 원하는 턴 시작 시에 남일본군은 '상륙작전'을 실시할 수 있는데, 북일본군이 깊숙이 전진해 있다면 이로 인하여 보급선이 단절되어 섬멸당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일본군은 '하코다테'를 점령하면 즉시 승리하게 되므로 최대한 빨리 하코다테를 목표로 돌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6.25전쟁을 북해도(홋카이도)에서 재현해 놓은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부산까지 밀리지 않기 위한 낙동강 방어선 대신 하코다테를 북일본군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방어전이 펼쳐지는 게임인 것이다.

 

남서쪽에 도시 삿포로가 위치해 있다.

 

첫 턴 세팅만 해 보고 아직 플레이를 해 보지 못했다. 위 지도 상의 회색은 남일본군 경찰예비대, 녹색은 미군이고, 적색과 갈색은 북일본군이다. 남일본군 경찰예비대와 미군 일부 사단은 초기에는 스텝 로스된 상태로 배치된다.

 

룰은 헥스 지도를 가진 워게임에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ZOC, 보급선 등의 개념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동시에, 이 게임만의 고유한 느낌을 살리기 위한 부수적인 룰이 꽤 포함되어 있어서 게임 난이도가 쉽다고 할 수는 없다. 언뜻 들은 바로는, 에폭(epoch) 사에서 발매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워게임과 룰이 비슷하다고 한다.

 

룰 중에는 같은 사단에 속하는 부대라면 제한 없이 하나의 스택을 구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규칙이 조금 신경쓰였다. 예를 들어 동일한 사단의 3개 연대와 1개 전차대대가 하나의 스택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굉장히 강력한 스택이 만들어지지만 대신 전선을 형성할 수 없어서 포위당할 위험이 크다. 아무래도 지도 상의 병목 지점에서 강력한 스택을 만들어 놓고 버티는 전략이 유효할 것 같다.

 

또 하나의 특이한 룰은 북일본군은 전투결과표를 무려 3단계나 오른쪽으로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는 '탄막사격'이라는 칫을 몇 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전투 개시 시에 '총공격'을 선언하면 그 전투의 양측 손실을 2배로 할 수 있는 룰도 있다.

 

한편, 북일본과 남일본 양측의 유닛 숫자 자체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서 익숙해진다면 플레이에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실제로 사람과 대전을 해 보지 않으면 어떤 전략이 유효할 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게임성보다는 분단된 일본을 배경으로 한 가상 전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한 배경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던 게임이다. 소설이라는 원작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상상력을 보드게임에 반영하여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실제 플레이 후기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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