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 12. 7. 진주만 공습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함으로써 태평양전쟁이 시작된 지 81년이 지났습니다.

일본군은 항공모함 6척, 항공기 441대를 동원해서 하와이 오하우섬에 정박 중이던 미국 태평양함대를 공격하였고, 미군은 아리조나, 오클라호마 등 전함 4척이 침몰당하고 2334명이 전사하는 등 커다란 피해를 입었습니다.
 

진주만 공습, 침몰하는 전함 아리조나 (출처 : AP)

그러나 일본은 전쟁 발발과 함께 기습공격에는 성공하였지만, 이는 곧 미국이라는 잠자는 거인*을 깨우는 행위였고 이후 태평양전쟁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막을 내립니다.
 
* 당시 일본 해군 사령관이었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은 진주만 기습 이후 "잠자는 거인을 깨워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 나는 두렵다."고 말했다.

오늘날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당시 일본이 왜 그토록 무모한 전쟁을 일으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일본의 진주만 공습은 결과적으로 미국이 본격적으로 2차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는 추축국의 패전을 앞당기고 우리나라의 독립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미국 하와이 오하우 섬 앞바다에는 당시 공습을 받고 침몰한 전함 아리조나 위에 기념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USS Arizona Memorial, O'hau

[출처 : Wally Gobetz, https://www.flickr.com/photos/wallyg/4783029930]

 
일본군의 공습으로 전함 아리조나가 침몰하고 승조원 1177명이 전사하였는데, 이들을 기리기 위해서 기념관이 설치되었습니다. 이는 세계 유일의 해상 기념관이라는데, 이처럼 전사자들을 예우하는 문화가 미국이 세계최강국으로 성장한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진주만 공습 당시 태평양함대 사령관이던 킴멜 대장은 소장으로 2계급 강등당하며 강제전역됩니다. 물론 진주만공습의 책임을 전부 사령관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할 수 있겠으나, 이는 단순히 경계실패의 책임만을 물었다기보다는 함대사령관이라는 지위에 부합하는 일종의 정무적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굉장히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점은 진주만 공습 이후의 처리방식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충격적인 기습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흔히 무책임한 정치인들이나 군인들이 쉽게 선택하는 보여주기식 처벌이나 정치 싸움을 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전함과 운명을 함께 한 아리조나함 함장을 비롯한 15명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하였고, 당면한 전쟁에 관하여 국론을 통일하여 일본에 대한 전의를 고양시키는 등 진주만 공습으로 인하여 받은 피해가 헛되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쓰라린 실패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의 성공을 지향하는 정신이, 당시 미국을 세계최강대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었던 시대였습니다.
 
한편, 진주만공습은 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의 시작을 알린 전투이자, 기존에 지속되어 온 전함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항공모함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전투이기도 합니다. 즉, 새로운 무기체계가 전쟁의 양상을 바꾼 사건에 해당합니다.
 
세계 최초의 항공모함은 1917년 6월 취역한 영국해군의 HMS 퓨리어스였는데, 항공모함이 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로서, 진주만공습보다 앞서 1940년 11월 11일 영국해군의 항공모함 일러스트리어스가 이탈리아 해군의 모항인 타란토를 공습하여 커다란 전과를 거둔 사실이 있습니다. 이후 1941년 12월 7일 일본해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이 성공을 거두면서 그동안 거함거포주의에 따라 전함에 의한 결전을 통한 승리를 지향하였던 각국의 해군 전략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항공모함이 전함을 대체하였듯이 가까운 미래에는 항공모함의 시대를 대체할 또다른 무기체계가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마도 그것은 무인 무기체계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군사위성, 레이더 등 각종 탐지 장비들이 발달한 현대전에서 진주만 공습과 같은 대규모 기습공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에게 탐지되기 어려우면서도 장거리에서 정확하게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