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2월 7일 벌어진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이후 승승장구하던 일본 해군이 치명타를 맞은 전투가 바로 1942년 6월 4일의 미드웨이 해전입니다.
독일과 소련이 벌인 전쟁의 전환점이 스탈린그라드 전투라고 불리는 것처럼, 미드웨이 해전은 태평양 전쟁의 전환점(Turning Point)이라고 불리는 전투입니다. 일본군은 해전을 시작하기 이전에 이미 정보전에서 실패한 반면, 미군은 암호 해독을 통해 일본군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열세인 전력으로도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 전투에서 일본군은 정예 항공모함 4척(아카기, 카가, 소류, 히류)을 잃은 반면, 미군은 항공모함 1척(요크타운)만을 손실하였기 때문에 일본군은 더 이상 공세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미군은 압도적인 물량을 투입할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위와 같이 일본군은 태평양 한가운데의 미드웨이 섬을 노리고 대규모 부대를 움직였으나, 정작 미드웨이 근처 해상에서는 미해군 항모 3척에게 선제공격을 허용하여 순식간에 항모 4척을 잃게 됩니다. 일본군은 양동작전으로 알래스카 근처의 아투, 키스카 섬을 공격하였으나 미군은 이미 주 목표가 미드웨이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귀중한 항모 전력을 분산시키는 자충수가 되었을 뿐입니다.
또한 전함 야마토를 비롯한 수상함 다수가 항모 기동부대를 따라서 미드웨이로 전진 중에 있었으나 해전에는 참가하지 못했고 뒤늦게 미 항모를 추격하고자 하였으나 이를 간파한 미 항모들은 이미 동쪽으로 철수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전력을 집중하지 않고 분산시켰던 것 또한 일본군의 패인 중 하나입니다.
일본 항모들은 미드웨이 섬으로부터 출격한 폭격기들의 공격은 성공적으로 방어하였으나, 미 항모부대로부터 출격한 항공기에 의한 공격은 사전 정찰에 실패하였기 때문에 막을 수 없었다는 점, 급강하폭격기의 폭탄이 명중한 곳이 항모의 연료 및 탄약을 탑재한 곳이었다는 점 등 행운 또한 미군의 편이었습니다.
다만, 미군도 항모에서 출격한 항공기 다수가 일본의 요격기에 의하여 격추되기도 하였습니다. 미군 뇌격기, 폭격기 조종사들 역시 자신들이 사지로 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출격하였을 것입니다. 무엇이 그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부여하였던 것일까 궁금증이 생깁니다. 오늘날, 사지로 공격을 명령하면 기꺼이 임무를 수행할 군인들이 얼마나 존재할 것인가 의문입니다.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수많은 요소가 존재하지만, 수많은 이름 모를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에 미군이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사실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전쟁사에 이름이 남는 전투였던만큼, 보드 워게임의 소재로도 많이 다루어진 해전입니다. 아발론 힐 사에서 1964년 출시한 '미드웨이'라는 워게임이 유명한데, 실제로 당시 해전에서 정찰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던 만큼, 플레이어가 각자 지도를 1장씩 가지고 서로 움직임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항공모함 사이의 해전에서는 상대방을 먼저 발견하여 먼저 공격하는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일본군과 미군 모두 알고 있었을텐데, 실전에서 이를 실천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미드웨이에서 벌어진 개별 해전을 다룬 게임 뿐만 아니라, 태평양전쟁 전역을 다룬 게임에서도 미드웨이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로 등장합니다. 태평양전쟁 전체를 다룬 GMT Games의 '태양의 제국'의 작전 카드에는 미드웨이 공격을 의미하는 MI작전이 존재합니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은 항모 4척뿐만 아니라 숙련된 항공기 정비 인력과 조종사를 다수 손실하였고 이러한 피해를 끝내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과달카날 전역을 비롯한 소모전이 이어지면서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군과 미군 전력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결국 1945년 일본의 패망으로 전쟁이 끝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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