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명성이 예전만은 못하지만, 무더위를 날리며 시원하게 볼만한 애니메이션 3가지를 추천드립니다. 순서는 추천 순위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1. 귀멸의칼날 극장판 무한열차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넘어서면서 일본 영화 역대 흥행 기록 1위를 갈아치움으로써 일본 애니의 역사를 새롭게 쓴 작품입니다(일본 국내 관객수 2896만명). 물론, 극장판 이전에 티비 시리즈와 만화책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기록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귀멸의 칼날'은 아주 독창적이거나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스토리의 경우, 주인공 탄지로가 성장하면서 점점 강한 적에 맞서는 전형적인 소년만화 그 자체입니다. 게다가 적으로 등장하는 오니(혈귀)들은 흡혈귀처럼 피를 빨아먹는 괴물들이고, 다른 사람을 오니로 만들기도 합니다. 어디선가 본 설정 아닌가요? 주인공이 소속된 혈귀 퇴치 조직 귀살대가 이른바 정의의 용사로서 괴물들을 물리치고 사람을 구한다는 스토리는 너무나 전형적인 선와 악의 대결 이야기입니다.
이와 같은 전형적인 스토리에 대하여 양념이 들어갔는데, 그것은 적으로 등장하는 오니(혈귀)들과의 혈투 속에 소년만화답지 않은 폭력적이고 잔인한 연출이 가미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 볼 때는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과거에 '진격의 거인'이 고어한 연출을 통해 큰 관심과 인기를 구가했던 것처럼, '귀멸의 칼날' 역시 잔인무도한 적들을 베어 넘기는 시원한 연출이 요즘 시대에 먹히는 흥행 요소가 된 것 같습니다.
주인공과 일행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적을 처단해 나가는, 끊임없이 대전 상대가 등장하는 것과 같이 얼핏 보면 심심해 보이는 스토리 역시, 고구마가 아닌 사이다를 원하는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줍니다. 스토리의 복잡함이나 반전을 최소화하고 올곧게 전진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적을 향해 똑바로 휘두르는 '칼날'을 연상시킵니다.
극장판의 스토리 역시 강대한 적과의 대결을 그린다는 점에서 작품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일치하는데, TV시리즈에서 호평을 받았던 등장인물들의 특별한 개성과 불꽃같은 액션 신을 잘 살려서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합니다. 온갖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적을 베고, 또 베어나가는 주인공들의 칼날이, 답답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만큼 현실이 쓸데없이 복잡하고 힘들다는 반증인지도 모르겠지만, TV시리즈를 보았다는 전제 하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다만,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던 TV시리즈가 어느순간 사라진 것이 유일한 단점입니다. TV시리즈를 통해 인물들의 서사를 아는 상태로 극장판을 보아야 완전한 감상이 가능하므로 극장판을 보기 전에 꼭 복습하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2. 주술회전 극장판
'주술회전' 역시 TV시리즈를 통해 입이 절로 벌어지는 액션 씬으로 호평받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작품 역시, 극장판이기 때문에 온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TV시리즈의 감상이 필수입니다. 다행히도 귀멸의 칼날과는 달리 TV시리즈는 아직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TV시리즈의 프리퀄 시점이기 때문에 TV시리즈의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주인공을 누구라고 보는지에 따라서 주인공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시원한 액션은 여전히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주술회전'도 기본적으로는 흔한 이능력 배틀물이라는 점에서 얼핏 보면 한계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특히 주술이나 주령 같은 특이하면서도 음침한 소재, 고어한 연출 등은 오히려 불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과 마찬가지로 매우 개성적인 등장인물들, 그리고 시원시원한 액션이라는 호감 요소들이 그러한 불호 요소를 압도합니다.
앞으로 원작 만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따라서 향후 인기가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만, 적어도 지금 방영된 TV시리즈와 극장판은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들입니다.
3.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건담 시리즈의 최신 극장판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배경의 수많은 시리즈가 등장했지만, 시리즈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세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꽤나 오랜만에 등장하였습니다. 이 작품의 배경 연도는 우주세기 0105년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원조 건담은 0079년 벌어진 지온과 연방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건담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내용 투성이의 재미없는 망작에 해당할 것이나, 만약 우주세기 시리즈를 섭렵한 올드 팬이라면 이러한 작품이 탄생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감상하게 될 것입니다.
최신작인 만큼, 훌륭한 작화와 연출이 돋보이는데, 스토리적인 면에서는 후속편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작품만으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기승전결의 '기'와 '승' 정도만 다룬다는 점에서 목마름을 채우기에는 부족합니다.
만약 이 작품을 통해 건담이라는 로봇에 흥미를 느꼈다면, 1979년 방영한 '기동전사 건담' TV시리즈를 편집하여 만든 극장판 3부작을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44년 전 애니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애니메이션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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