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워게임 잡지 게임저널 86호 부록 게임입니다. 첫 인상으로 무엇보다 제목이 특이합니다.
전략급 삼국지영웅전설이라니? 알고보니 게임저널이 동인 잡지이던 시절 인기가 많았던 부록 게임인 "전략급 은하영웅전설"의 시스템을 삼국지에 도입한 게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제목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은하영웅전설 테마는 저작권때문에 동인 잡지가 아닌 현재로서는 더 이상 보드게임에 사용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삼국지 역시 인기 있는 테마이므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재미있게도 일러스트의 경우 대놓고 조조는 라인하르트, 제갈량은 양웬리와 닮은꼴입니다.
게임으로서 매력적인 점은 규칙이 매우 쉽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플레이타임도 길지 않습니다. 이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이겠으나, 쉽고 간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도 분명히 수요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게임 시스템도 독특한데, 지도 위에서는 무장과 군세로 구성된 군단들이 움직이고, 군단끼리의 전투는 전술 디스플레이 위에서 벌어지게 됩니다. 이 때, 군단을 구성하는 군세들은 세력의 생산력에 따라 모집할 수 있고, 기병, 궁병, 보병의 어떤 병종을 모집하여 군단을 어떻게 편성할 것인지는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지면 각 플레이어는 군세들을 2칸 이동하거나, 1칸 이동 후 공격을 할 수 있는데, 기병, 궁병, 보병의 병종에 따라 각각 사정거리와 명중률이 다르다는 점, 선공 또는 후공을 주사위눈에 무장 및 군사의 지력치를 더하여 높은 쪽이 결정한다는 점 등의 요소로 인하여 단순하지만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이한 점으로 장비와 같은 공격형 이미지의 무장은 공격력 대신 방어력이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는 공격형 무장이 기병 위주로 군단을 구성한 경우, 적부대에게 접근하는 동안 받는 공격을 더 잘 견디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게임 시스템적으로 각 무장들의 공격력, 방어력에 따라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병종으로 군단을 편성하면 그만이므로 각 무장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고 보기는 어렵고, 무장별 능력치에 따라 어떤 병종을 선택하여 군단을 구성할지에 대하여 신경써야 하는 게임입니다.
사실 이 게임은 삼국지라는 배경을 따 왔을 뿐, 역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가상의 설정으로 가득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게임 시작 시 관도대전을 연상케하는 조조군과 원소군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지만, 그 시점에서 이미 유비의 본거지는 성도로 설정되어 있고 심지어 여포군이 서주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표, 유장도 무장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초기 설정 때문에 조조가 상대해야 하는 첫 번째 보스는 원소이고, 두 번째 보스는 여포가 되는데, 원소와 여포가 시간을 벌어준 틈에 후한 플레이어는 익주, 형주 등에서 부대를 편성하여 조조에 맞서는 세력을 형성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매 턴 각 진영은 무장을 랜덤하게 뽑는다는 점도 재미 요소입니다. 어떤 능력치를 가진 무장이 나올 지 예상할 수 없는데, 이처럼 랜덤적인 요소가 없다면 강력한 무장에게 군세를 몰아주는 식으로 게임플레이가 단순화되었을 것 같습니다.
은하영웅전설의 첫 전투로 라인하르트가 동맹군 3개 함대에게 승리한 아스타테 전투가 벌어졌다면, 삼국지영웅전설에서는 기주 전투가 있습니다. 1턴부터 조조 군단은 원소, 안량, 문추 3개 군단과 일전을 벌여야만 합니다.
조조 군단의 병력은 8유닛, 원소 8유닛, 안량 및 문추 각각 6유닛으로, 수적으로는 조조가 확실히 불리하지만, 군단끼리 일대일로 싸운다는 점, 조조의 능력치가 원소군 무장들보다 높다는 점에서 오히려 조조의 승리가 보장된 전투에 가깝습니다.
물론, 주사위의 결과에 따라 운명은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으나...은하, 아니 삼국지의 영웅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단순성과 우연성을 즐길 수만 있다면 결과가 궁금해지는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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