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벽제관의 전투(The Battle of Byeokjegwan)
- 출판사 : K2 Publishing
- 디자이너 : Ryuko Yoshikawa
- 시대배경 : 1593년 1월 27일(음력) / 2월 27일(양력)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보드게임은 매우 적습니다. 아니, 디지털게임까지 포함하여 보더라도 희귀한 주제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일본 워게임 잡지 커맨드매거진 178호 부록 게임의 배경이 임진왜란 "벽제관의 전투"라는 소식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마이너한 배경을 다룬 게임이 일본에서 제작되었다는 점으로 인하여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임진왜란의 전투 중 벽제관 전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고, 알고 있더라도 이 전투는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평양성을 탈환한 후 여세를 몰아 한성으로 향하다가 일본군의 복병을 만나 패배한 전투라는 인식이 있을 뿐, 임진왜란 전체 양상에 영향을 준 전투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벽제관 전투 이후 일본군은 행주산성에서 한성 수복을 노리던 권율의 조선군을 공격하다가 대패하였으니 이것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그 유명한 행주대첩입니다. 행주대첩에서 패배한 일본군은 결국 스스로 한양을 포기하고 경남 지역으로 퇴각하여 왜성에 웅거하게 됩니다.
2023.03.29 - [역사] - 1593. 3. 14. 행주대첩
그런데, 한편으로 일본의 입장에서는 당시 세계최강이라 불린 명나라 군대와 맞붙어 승리한 전투이므로 이러한 역사를 게임의 배경으로 삼을 요인이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도의 초기 배치를 보면, 북쪽의 명군 부대들이 남쪽 한성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고 이에 맞서는 일본군은 타치바나 무네시게를 비롯한 6유닛 뿐입니다. 2턴부터 소조천융경(고바야카와 다카카게) 부대가 남쪽과 동쪽에서 등장할 예정이고, 3턴에는 동쪽과 서쪽에서 소조천수포(고바야카와 히데카네) 등의 증원이 도착해서 명군을 포위하는 형국이 될 것입니다.
명군은 이여송 부대, 일본군은 타치바나 무네시게 부대가 강력한 능력치를 가진 유닛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일본군 유닛 대부분은 2턴 및 3탄에 증원군으로 맵에 진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게임 시스템은 활성화 칫을 통해 활성화된 부대가 이동-전투하는 방식인데, 랜덤하게 칫을 뽑는 것은 아니고 턴 개시 시점에 양 플레이어가 상대방 모르게 턴마다 정해진 숫자만큼의 활성화칫의 순서를 미리 정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턴은 양측이 각각 두개의 활성화칫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1턴 특수룰로, 일본군은 타치바나 무네시게 부대 활성화칫 두장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애초에 맵에 나와있는 부대가 그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택 룰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이동 도중이더라도 아군 유닛을 통과하여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동 중에 아군 유닛에게 막혀서 원하는 위치까지 갈 수 없는 경우가 있고, 이동력이 낮은 대포 유닛이 길을 가로막기라도 하면 곤란해집니다.
시험삼아 2턴 초반까지 진행해보았습니다. 타치바나 무네시게가 마주한 부대는 명군 사대수의 부대인데, 이동단계에서 이동력을 소모하여 실시할 수 있는 "돌격"을 감행한 결과 성공하여 사대수 부대를 퇴각 및 혼란에 빠뜨린 후 좌측의 명군 부대를 손쉽게 포위하여 제거하였습니다.
사대수 뒤쪽에는 고언백 부대가 있는데, 고언백은 당시 경기도방어사로서 벽제관전투에 참전한 조선군 장수인데, 이 게임에서는 명군 소속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1턴에 명군이 사용가능한 활성화칫은 2개인데, 사대수 부대는 곧 전멸될 것으로 보이고, 고언백 부대도 일본군을 저지하기엔 부족해 보이므로, 이여백과 이여송을 차례로 활성화시켜 가도를 따라 남하시켰습니다.
그러나 명군은 구릉지에서의 소비 이동력이 3으로서 일본군의 2보다 높다는 점 등의 난점으로 인하여 가도를 통해 신속하게 남하하긴 하였으나 곧바로 일본군을 포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본군의 증원 역시 마찬가지로 도로를 위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는데, 동쪽에서 진입한 부대는 이여송 부대의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게 됩니다. 이 때, 명군은 특수한 유닛인 대포 부대를 사용하여 "포격"을 해 보았습니다. 대포 부대는 평지라면 8칸 떨어진 곳까지 포격을 할 수 있는데, 주사위 2개를 굴려 나온 눈에 따라 목표 지점에 명중하거나, 아니면 주변 헥스에 포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주사위눈의 합이 7이 나오면, 대포 유닛은 쏴 보지도 못하고 파손되어 제거된다는 점에서 활용도는 운에 좌우될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의 첫 인상으로는 유닛 숫자가 적기 때문에 난이도가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동 중 아군 유닛을 통과할 수 없다는 점 및 "돌격", "포격" 같은 특수룰, 부대 활성화 순서 등 생각할 것이 많았습니다. 여러 번 플레이해보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지에 대하여 감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만든 워게임이라는 점에서 최대한 즐겨 보고 싶은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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