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현실에서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본 주제가 바로 한국, 중국, 일본 등 각국 해군이 해전을 벌이면 누가 승리할 것인가일 것이다.
그러한 상상을 해전 워게임의 고전인 Fleet 시리즈의 시스템으로 만든 워게임이 바로 Asian Fleet이다. 일종의 동인 게임이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로 규칙이 상당부분 동일하다. 예전에 소개한 "제7함대"(7th fleet)와 지역적 배경은 동일하나, 제7함대가 미소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반면 아시안 플릿은 20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24.05.05 - [게임리뷰] - 제7함대(Victory Games) 소개
배경이 다른 만큼 이 게임에서는 미국과 소련의 대결이 아닌, 중국이 일본, 미국 등 서방과 대결하는 시나리오들이 갖춰져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고증이랄까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한국의 해군력은 매우 뒤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80년대 배경의 제7함대보다는 훨씬 발전한 수준이지만 일본 해상자위대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해 보인다. 이를테면 현재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은 총 3척인데 반해 이 게임에서는 그나마 추가 유닛으로 세종대왕함 1척만 등장한다.
한편, 한국과 일본이 독도를 사이에 두고 해전을 벌인다던가,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노동미사일 기지를 폭격한다던가 등 한국인으로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용의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가장 메인 시나리오는 중국의 대만 또는 일본 침공 시나리오이다. 일본 극우의 취향에 딱 맞는 시나리오들이랄까, 한국이 비서방 국가로 설정되어 있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놀랍게도 한국과 북한의 2차 한국전쟁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디자이너의 성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도는 제7함대가 커버하는 지역과 거의 동일하나, 중국 내륙이 일부 더 포함되어 있고, 필리핀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한반도가 중앙에 자리잡고 있으나, 제2차 한국전쟁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한중 연합과 미일 연합이 대결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지도는 풀사이즈 맵 2장인데, 남쪽 지도에서는 대만이 가장 핵심적인 지역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대만이 연합하는 시나리오와, 미국-대만-일본이 한 편이 되는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이 게임은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할 정도로 한국인으로서는 불편한 내용을 담은 게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처럼 일본 디자이너가 동아시아 해상 분쟁을 소재로 워게임을 제작하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 하겠다.
또한 현재까지도 동아시아의 해양 패권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에, 시나리오의 비현실성을 떠나서 플레이해보고 싶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게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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