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코에이(Koei)사에서 만든 게임인 삼국지는 중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였는데, 삼국지 게임이라고 하면 곧 해당 게임을 의미할 정도로 오랜 기간 다듬어 온 게임입니다. 물론 중국 회사도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많은 게임들을 제작하였으나 코에이 삼국지에 대적할 만한 게임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사를 배경으로 한 보드게임은 어떠할까요? 한국사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적은 탓에 이를 배경으로 한 보드게임이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고, 그나마 존재하는 보드게임도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제작한 작품이 소수 존재할 뿐입니다.
이번에 살펴볼 보드게임은 일본 워게임 잡지인 게임저널 제15호 부록게임인 대전략 백촌강의 전투 입니다. 백촌강의 전투란 우리나라에서는 백강 전투라고 불리는데, 660년 백제 멸망 후 백제부흥군이 일어난 후 663년 8월 현재의 금강 하구에서 신라-당 연합군과 백제-왜 연합군이 벌인 전투입니다. 이 게임은 삼국시대의 막바지인 661년부터 669년 사이, 제2차 및 제3차 고구려-당 전쟁이 벌어지고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으로 향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가지의 부록 게임 중 메인(혼노지로의 길) 게임도 아닌 보조 게임이다보니 지도의 크기가 작습니다. 고구려 지역은 많이 생략되어 있으나 요동성, 안시성 등 요동 지방의 성들이 보입니다. 특이한 점으로 고구려 영토 내의 적군에 대하여는 겨울의 혹한을 반영하는 의미에서 보급이 연결되어 있더라도 소모 페이즈에 무조건 적군에게 소모가 발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백제와 신라가 각축을 벌이는 한반도 남부 지역은 고구려 지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목의 백강전투와 같이 당시 일본(당시 왜)이 백제를 지원하였다는 사실이 이 게임의 주요 모티브다보니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등장 유닛로는 고구려의 연개소문, 당의 소정방, 신라의 김유신 등 한국사에서 유명한 장군들이 등장하고, 왜 또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한 턴에 양 플레이어가 각각 6개의 칫을 뽑아서 해당 칫의 행동치 또는 이벤트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조금만 보완하면 카드 드리븐 게임으로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인데, 잡지의 볼륨 상 최선의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룰북의 양이 총 3~4페이지에 불과할 정도로 게임 시스템은 간단합니다. 행군치를 사용하여 군세말을 이동시키고, 전투를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보면, 한국인도 알기 어려운 역사적인 인물들이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배경 지식을 많이 조사하여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한 룰과 작은 볼륨의 경우, 이 게임은 잡지에 포함된 2개의 부록 중 1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게임상 유닛의 구성과 지도의 지역 구현 등을 보면 일본의 시각에서 만든 한국사 게임이라는 점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게임은 2005년에 일본 워게임 잡지에서 출시된 게임으로서 그 이후 얼마나 한국의 삼국시대를 다룬 보드게임이 출시되었을지를 생각해보면, 희소성이 있는 게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비록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보드게임 또는 워게임의 숫자가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워게임 제작을 목표로 삼고 있으므로, 관련된 게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임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이저크릭 : 1차대전 1인용 워게임 (1) | 2025.02.23 |
---|---|
웰링턴 : 나폴레옹 시대 스페인 전쟁 (0) | 2025.02.20 |
9년전쟁 워게임 : 프랑스 vs 유럽 (0) | 2025.02.09 |
Asian Fleet : 한중일 해전 워게임 (0) | 2025.01.28 |
조조 최대의 위기 : 게임저널 58호 (0) | 2024.10.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