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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Fading Glory : 워게임, 단순하다는 점이 미덕일까?

by Yulpo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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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전쟁을 배경으로 한 Fading Glory는 2012년 GMT에서 출시한 워게임입니다. 본래 Victory Point Games에서 출시한 이른바 나폴레오닉 20  게임 시스템을 사용하는 게임 4가지를 묶어서 GMT에서 새롭게 발매한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겉모습은 전통적인 헥스 워게임에 속하는데, 여기에 더하여 매 턴 양 플레이어가 1장씩 뽑는 이벤트 카드가 존재한다는 점, 유닛이 양측 각각 20개 이하로서 숫자가 적다는 점, 적의 사기(Morale) 수치를 0으로 만들면 즉시 승리할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제목인 Fading Glory와 같이, 나폴레옹이 몰락해가는 시대 배경에 걸맞은 전투 4가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워털루, 스몰렌스크, 보로디노, 살라망카에서 벌어진 전투입니다. 워털루 전투는 나폴레옹 최후의 전투로 유명하고, 스몰렌스크와 보로디노 전투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에서 벌어진 전투이고, 살라망카 전투는 스페인에서 영국의 웰링턴이 프랑스의 마르몽 원수에게 승리를 거둔 전투입니다.

살라망카 시나리오

 

컴포넌트의 질이 매우 좋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운터들은 라운딩 처리가 되어 있고, 4가지 시나리오를 플레이할 수 있는 양면 마운티드 맵 2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별로 12장씩의 이벤트 카드가 있는데, 카드를 뽑은 플레이어의 진영에 따라 위 또는 아래에 적힌 내용을 적용합니다.

이벤트 카드

 

이벤트카드는 밤 턴(Night turn)에 리셔플되고, 중간에 이벤트에 의하여 리셔플되기도 하기 때문에 동일한 이벤트가 여러 번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카운터가 적어서 게임 양상이 단조로워지는 부분을 이벤트카드를 통해 보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카운터의 숫자가 적고, 숙지해야 할 룰 양도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은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게임의 스케일이나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감각 면에서는 단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1개의 카운터가 나타내는 부대 단위가 크고(군단 단위, 살라망카 시나리오만 사단 단위), 이동이나 공격 규칙이 단순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역사적인 재현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또한 통상적인 CRT와 달리, 전투력 비율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양 진영의 전투력 차이에 해당하는 열과 주사위눈을 대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룰 역시, 워게임에 익숙한 플레이어라면 어디선가 본 듯한 룰이라서 금방 익힐 수 있겠으나, 적 ZOC 내에 있는 경우 반드시 그 적 유닛을 공격해야 하는 MUST Attack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음 헥스 워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으로서는 쉬운 게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보드게임긱 포럼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내용이 있는데, 기병 유닛이 강의 다리를 막고 있다가 적이 근접하면 Disengage 후 다시 다음 이동 턴에 다리를 막는 방식으로 적 유닛이 강을 건너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규칙의 결함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Errata의 경우, 올바른 내용을 익히면 플레이하는데 지장이 없지만, 규칙의 결함은 규칙 자체를 수정하지 않으면 해소할 수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디자이너는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룰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입니다.(시리즈 룰 4.0 참조) 간단히 소개하자면, 기병 유닛이 Disengage할 경우 자군 유닛을 기병 유닛이 비운 공간으로 이동시킬 수 있되 ROUT와 유사한 효과로 전투력이 절반이 되고, 이 효과는 상대방 전투 페이즈 종료까지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곧, 자군 전투 페이즈에 적 기병 유닛의 ZOC 내에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전투가 발생할 것이고 이후 적군 전투 페이즈에 적이 접근해 온다면 다시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다리를 건넌 직후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절반의 전투력으로 두 번의 전투를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 게임적으로 타당한지는 약간 의문이 드는 내용입니다. 물론, 실제 플레이에서 이러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우일 수도 있지만, 플레이하면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해보고 싶은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살라망카 전투 종료 모습

 

가장 유닛 수가 적어 보이는 살라망카 시나리오를 잠시 플레이해 보았는데, 프랑스군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1판을 끝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면서도 단점이 될 수 있는데, 동일한 시스템을 사용한 게임이 더 이상 GMT에서 출시되지 않은 것을 볼 때 좀 더 복잡하고 디테일한 워게임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았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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