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은 주사위, 말판, 목재큐브, 카드 등 다양한 구성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떤 게임은 다채로운 구성물을 보는 재미 또는 만지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합니다.
워게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오늘 소개해드릴 컬럼비아 게임즈(Columbia Games)의 '줄리어스 시저'라는 게임은 블록을 사용하여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로마의 역사에 대하여 잘 모르더라도 카이사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게임의 제목은 로마의 군인, 정치인이자 황제 개념의 시초가 된 그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립국어원에서는 '카이사르'라는 표기를 인정하였다고 하는데, 영어로는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라고 발음한다고 합니다.
이 게임의 배경은 기원전 49년~45년 로마에서 벌어진 시저와 폼페이우스 사이의 내전입니다. 초기 배치를 보면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대치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서쪽으로는 스페인, 동쪽으로는 그리스와 터키 지방까지 아우르는 지도 위에 블록들이 배치됩니다.
전투를 하는 유닛들이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신의 블록에 대한 정보는 자신만이 볼 수 있고 상대방은 볼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각 블록은 각기 일종의 체력과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전투 방식은 체력 숫자만큼의 주사위를 굴려서 공격력 이하의 눈이 나오면 1히트를 하는 방식입니다.
전투 시에만 블록들이 공개되고, 전투가 끝나면 다시 블록이 세워지면서 상대방 블록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와 같은 단순한 규칙에서 커다란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컬럼비아 게임즈 사는 블록 워게임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인데, 줄리어스 시저 외에도 미국 독립전쟁, 나폴레옹, 미국 남북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 다양한 시대 배경의 게임을 만들어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각 게임들은 위와 같은 기본적인 규칙 외에도 해당 시대나 전쟁의 모습을 반영하는 특수한 규칙이 있어서 흥미를 불러 일으킵니다. 주로 카드를 사용해서 어느 지역에 있는 유닛들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인데, 카드의 사용법이나 이동 방법 등이 게임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줄리어스 시저의 경우,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기본 카드 외에 이벤트 카드로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을 딴 카드들이 각기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약간 워게임보다는 판타지스럽지만 예를 들어 어느 한 지역에 위치한 적 블럭의 체력을 각각 1씩 감소시킨다든지, 기본 이동력은 2칸인데 1그룹을 지정하여 3칸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하는 능력을 가진 카드가 있습니다. 또한 클레오파트라 유닛이 1개 이집트에 위치해 있는데, 처음에는 폼페이우스 진영이지만 시저 진영에게 전멸당하면 시저 진영으로 옮겨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투 방식이 주사위 굴림을 통해 타격(HIT) 숫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은 주사위 운에 의하여 게임이 좌우된다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주사위를 굴리면서 긴장감을 느낄 수 있고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리면서 파티게임적인 느낌을 준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게임에 전략성이 부족한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블록 방식이라는 점과 지도의 구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도 상에 도로가 두 종류 있는데, 대로의 경우 한번에 4개 유닛이 이동할 수 있는 반면 소로의 경우 2개 유닛만 이동 가능하므로 활성화 포인트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상대방보다 많은 병력으로 전투를 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또한 카드에 써 있는 활성화 포인트만큼의 그룹(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므로 자신이 보유한 카드의 내용을 고려하여 유닛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집중 또는 분산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과 계획이 필요합니다. 물론, 전투 방식은 주사위운에 달려 있지만 대국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치열한 수싸움이 요구됩니다.
추가로 놀라운 사실은, Rally the troops라는 온라인 워게임 사이트에서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으로 플레이하는 느낌과는 다르겠지만, 애써서 구해놓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구하지 못하여 플레이하지 못한 채 먼지만 쌓이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원하는만큼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위 사이트에서는 이 밖에도 다른 콜롬비아사의 블록 워게임인 크루세이더 렉스, 해머 오브 스콧, 리차드 3세, 사막의 롬멜, 그리고 GMT사의 윌더니스워, Nevsky 등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일단 부딪혀가면서 규칙을 익히거나, 전략을 연구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워게이머 또는 워게임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방문해서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게임들도 그러하듯이, 고수와 만나서 플레이해 보면 오프라인에서 한두번 플레이하는 경험과 차원이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보드 워게임의 경우, 직접 사람과 만나서 플레이하는 경험을 온라인 게임이 대체할 수는 없지만, 세팅이나 시간적인 제약을 고려할 때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 익숙해진 후 오프라인에서 게임을 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절충안을 지향점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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