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천하강탈~세키가하라를 넘어(天下強奪~関ヶ原を越えて~)
- 제작사 : 커맨드매거진 제78호 부록 게임
- 디자이너 : 히라노 시게루(平野 茂)
- 시대배경 : 세키가하라 전투(1600년 8월 초~11월 초)
1. 개요
일본 역사 배경 워게임에 있어서 세키가하라 전투는 단골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게임들은 세키가하라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에만 집중한 전술급 게임 또는 세키가하라 주변 지역까지 포함한 작전급 또는 전략급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게임의 경우 커버하는 지역 측면에서는 전략급에 해당하면서도 전투는 일반적인 헥스 워게임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각각 동군과 서군을 담당합니다.
2. 특징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적과 아군 모두 유닛 거의 전부가 전력 미확인 상태(뒷면)로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유닛들은 전부 1스텝을 가지고 있는데, 최초 세팅할 때 거의 모든 유닛이 뒷면으로 놓입니다. 뒷면에는 대략적인 부대 규모가 A 또는 B라고만 기재되어 있습니다.
위 지도의 하늘색 유닛이 서군, 연한 갈색 유닛이 동군입니다.
현재 일본 마이즈루시에 있는 다나베성을 공격하는 서군 부대를 보면, 오노키 시게카쓰(小野木重勝) 부대만 앞면으로 배치되어 있고, 나머지 부대들은 뒷면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동 페이즈에 자군 유닛이 적 ZOC에 들어가면, 즉 적 유닛과 인접하면 이후 전력확인 페이즈에서 인접한 유닛들을 앞면으로 하여 미확인전력을 확인하게 됩니다.
위와 같이 서군은 다나베성을 포위한 후, 인접한 부대들을 앞면으로 뒤집었는데, 무려 0-0(전투력-이동력) 유닛이 2개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서군에는 0-0 유닛이 몇 개 있는데, 전력확인이 되면 바로 제거되는 유닛입니다. 일종의 X맨 같은 역할입니다. 물론, 가장 최악은 전력이 확인되면 배신해서 바로 적 유닛이 되는 유닛이라 할 수 있습니다만...
결국 서군은 3:1로 비율로 다나베성을 공격하게 됩니다. 성의 경우, 전투력에 보너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DR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를 무시하고 대신 성 내구력이 -1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DE 결과가 나오면 그대로 방어 유닛은 전멸합니다.
또한, 이 게임에서는 각 진영이 턴마다 일정 수치의 '명령치'를 받고, 명령치 1당 유닛 1개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서군은 처음에 명령치 5로 시작합니다.(동군은 3) 서군의 명령치는 점령한 목표지역 숫자에 따라 변동하며, 동군의 경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출진하면 증가하는 등 몇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지휘범위를 가진 특별한 유닛의 지휘범위 내에 있는 유닛은 1개당 0.5명령치를 사용합니다.
총 유닛 숫자에 비해 움직일 수 있는 유닛 숫자가 상당히 적다는 생각이 드는데, 예외적으로 명령치를 사용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유닛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카운터 아랫부분이 하얀 색으로 되어 있는 유닛으로, 대표적인 유닛이 바로 서군의 이시다 미츠나리입니다. 즉, 이러한 유닛들은 명령치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매 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시마즈 요시히로, 고니시 유키나가 부대가 있는데 이들은 처음부터 앞면 상태로 시작합니다.(위에서부터 아래 순서)
시마즈 요시히로 부대는 전투력과 이동력 숫자가 흰색인데 이는 전투후전진을 통해 적ZOC에 못 들어가는 등 페널티를 나타내며 당시 전투에 소극적이었다는 사실을 반영한 룰입니다.
* 참고 : 위 서군 다이묘들은 모두 임진왜란에 참전한 다이묘들입니다.
미확인전력의 존재는 리플레이성을 높이는 한편, 랜덤적인 요소이므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으나,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아래와 같이 성을 방어하고 있는 부대가 0-0 유닛이었다면 바로 성이 함락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 위 지도의 다카스성(高須城)은 현재 일본 기후현 가이즈시(海津市)에 위치해 있습니다.
https://goo.gl/maps/AW7YroCqZ7wrn47t7?coh=178573&entry=tt
실제 역사와 같이 병력의 질과 양 측면에서 동군이 서군보다 우위에 있는데, 서군 입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커같은 존재가 바로 '도요토미 히데요리'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출진하게 되면 서군 명령치가 증가함과 더불어 동군으로 배신한 중립 유닛이 다시 서군 진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문제는 출진하기 위해서는 출진요청 칫을 뽑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진요청 칫은 7개 있는데, 이 중 1개만 실제로 출진하는 결과가 써 있습니다. 위 치트는 게임 중 이 중 최소 1개, 최대 3개를 뽑아볼 수 있습니다. 즉, 3/7 확률에 걸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편, 출진 가능한 또다른 조건으로서, 게임 중 전투 결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유닛을 퇴각시키는 결과(연쇄퇴각 포함)가 나온다면 그 다음 턴에 서군은 출진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동군 입장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유닛을 함부로 전진시킬 수 없습니다.
3. 역사와는 멀지만 가까운 게임
게임 규칙만을 살펴보면, 같은 헥스에 여러 유닛이 스택할 수 없고, 인접한 유닛에 대한 전투가 강제된다는 점, 명령치를 사용하는 방식이라는 점, 전력 미확인 유닛의 존재, 랜덤한 초기 배치 등 역사적인 부분과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규칙들은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 도입된 것으로서 이해할 수 있고, 실제로 재미를 주는 요소들입니다. 한편으로는 여기저기서 배신이 일어났고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그 당시 역사적인 배경과 완전히 거리가 먼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전력미확인 유닛과 관련하여, 2차대전 독소전을 다룬 게임에서 소련군 중 일부 유닛이 전력미확인으로 등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서 해당 요소를 도입한 것이 참신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다만, 그로 인하여 모든 유닛이 1스텝 유닛이라는 점은 게임을 상당히 단순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스텝 로스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전투결과표(CRT) 상에서 따로 손실을 입힐 수는 없고, 유닛은 DE 결과가 나오거나 DR 결과가 나왔을 때 퇴각하는 헥스가 적 ZOC에 해당하면 바로 제거됩니다. 이러한 부분은 속도감 있는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한 순간에 전세가 뒤집힐 수 있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4. 총평
이 게임은 상당히 실험적인, 또는 개성있는 게임에 해당합니다. 머스트어택(mustattack), 미확인전력 등의 기본적인 룰들은 모두 고전적인 헥스 워게임에서 가져 온 룰이지만 이와 함께 배신하는 중립 유닛, 도요토미 히데요리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관련한 특별 룰을 잘 버무림으로써 독창적인 게임으로 탄생시켰습니다.
주로 1,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에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던 규칙들이 의외로 일본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에도 잘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물론, 밸런스가 잘 잡힌 1대1 대전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게임이 될 수도 있지만, 역사 게임 또는 워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과거 전쟁사에 흥미가 있거나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사람들에게는 멋진 게임에 해당합니다.
이 게임의 경우 일본의 역사, 그 중에서도 세키가하라 전투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일본사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플레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장수(다이묘)의 이름, 지명이 모두 일본어로 되어 있다는 점은 플레이에 장애물로 다가옵니다. 이는 보드게임 뿐만 아니라, 신장의 야망과 같은 PC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도 동일하게 겪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역사를 알고 그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즐기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이라고 하더라도, 때로는 게임을 하면서 역사에 대하여 알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게임에 등장한 장수나 지명에 대하여 검색하여 봄으로써 그 인물 또는 지역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 내용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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