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나다군기(真田軍記)
제작사 : 게임저널 제36호 부록 게임
디자이너 : 中澤孝継
시대배경 : 오사카 전투(1614년 겨울, 1615년 여름)
영화 세키가하라 대전투를 보고(후기 참조), 문득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워게임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일본 워게임 잡지 '게임저널(ゲームジャーナル)' 제36호에 수록된 '사나다군기'는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서군(도요토미)과 동군(도쿠가와)이 최후의 결전을 벌인 오사카 전투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구입했습니다. 그 핑계로 구입했습니다. 약간의 프리미엄 붙은 가격을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사나다, 즉 당시 동군의 유명한 무장, 사나다 유키무라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으로서, 역사를 그대로 재현하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역사상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실현될 가능성도 있었던, 사나다 유키무라가 지휘하는 서군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과 벌이는 가상 결전을 다룬 게임에 해당합니다.
* 실제 역사에서 사나다 유키무라는 오사카 전투에서 활약하여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몰아붙였으나, 결국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사하였습니다.
게임 맵은 헥스맵인데, 오사카성을 중심으로 일본 간사이(긴키) 지방을 거의 모두 포함하고 있어서, 지도를 보는 맛이 있습니다.
게임 룰은 각자의 턴에 지휘관이 이끄는 '부대'를 편성하여 이를 이동시키고 전투하고, 상대방 턴으로 넘어가는 방식인데, 특징적인 룰은 한 턴에 하나의 부대가 최대로 이동 가능한 횟수가 이동, 반응이동, 강행군의 3번이라는 점입니다.
반응이동은 상대방 턴의 이동 페이즈 후에, 희망하는 자군 부대를 이동시키는 것인데, 이 때 부대마다 주사위를 굴려서 지휘관의 행동력 이하의 숫자가 나와야 성공하고, 실패하면 소모 체크를 하는 페널티를 받습니다.
* 참고로 사나다 유키무라의 행동력은 게임 내 최대치인 '6'입니다.
이처럼 상대방 턴에도 반응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 서군은 병력은 적지만 행동력이 높은 지휘관들이 있어서 반응이동 및 강행군 체크에 유리하다는 점을 살려서 사방의 성을 동시에 공격하다가도 어느 순간 모여서 적 부대를 각개격파하는 등 일종의 '기동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전략적인 측면으로, 서군은 점령한 성의 개수에 따라 승점을 얻을 수 있고, 승점은 매 턴 '증원' 또는 '보충'되는 유닛의 숫자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최대한 많은 성을 점령하여야 합니다. 이를 통해 동군의 대부대가 오사카성까지 진격하기 전에, 최대한 병력을 모아서 방어 태세로 전환하여야 합니다.
이에 반해 동군은 초기에 맵 상에 유닛이 거의 없지만, 턴이 지날 수록 증원이 속속 도착해서 병력 숫자로는 금방 서군을 압도하게 됩니다. 또한 서쪽과 북쪽, 동쪽에서 모두 증원이 오기 때문에 서군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드라마틱한 룰로서, 서군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포함된 동군 부대와의 전투에서 승리하면, 도쿠가와의 직속 세력이 아닌 다른 지방에서 동원된 다이묘들은 주사위 체크를 통해 귀국하게 되는 룰이 있습니다. 전투에서 패배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실망해서 떠나는 것...이겠죠?
이는 병력 상으로 열세인 서군에게 결전을 시도할 목적을 주는 장치이자, 한순간에 전세를 역전할 수도 있는 장치인데, 이 룰로 인하여 동군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중심으로 병력을 집결시켜서 대부대를 만드는 흐름이 됩니다.(게임 상 스택 제한은 없고, 다만 지휘관마다 이끌 수 있는 유닛의 숫자가 각 지휘관마다 맵 상에 박스로 표시되어서 고정되어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플레이해 보아야만 정확한 밸런스를 알 수 있겠으나, 일본 워게이머 분들의 후기에 의하면 병력으로 압도하는 동군에게 유리하게 전개된 후기, 개별 무장 능력치가 뛰어난 서군이 승리한 후기 등 후기별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전투 결과에는 병력 숫자와 지휘관의 전투력, 주사위눈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를 체험하는 게임이라기보다, 역사 속 인물들을 움직여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 것인지 못 만들 것인지를 겨루어 보는 약간 캐릭터 게임에도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병력(전력)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일반 무장 유닛의 경우에도 개별적으로 '이름'이 부여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하여 일본 이름에 약한 저로서는 유닛을 구분하는 것에 매우 큰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특히 게임의 초기 배치, 그리고 증원부대 배치 시에, 룰북에 적힌 장수들의 이름을 보고 해당 유닛을 배치해야 하는데 카운터가 작을 뿐만 아니라 한자도 어렵고 비슷비슷해 보여서 정말 어려웠습니다.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지퍼백 등을 이용해서 초기배치에 필요한 유닛과 각 턴별 증원 유닛을 미리 분류해 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 워게이머 입장에서는 그러한 문제가 없을 것이고, 이러한 세부적인 설정 덕분에 게임 내에서 친숙한 이름의 무장을 접하거나 또는 낯설지만 새롭게 알게 된 무장을 접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역사 배경 워게임을 만들게 된다면, 이를테면 이순신과 같은 유명한 장군 외에도 휘하의 다양한 장수들을 등장시키되, 외국인들을 위해서 룰북에 인물 설명을 덧붙여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유난히 능력치가 높은 무장들은 아니나다를까 검색해보니 오사카 전투에서 활약한 5인의 무장으로서, 사나다 유키무라를 포함해서 오사카 오인중(大坂五人衆)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아무튼 게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려 주듯이 위 사진에서 보이듯, 사나다 유키무라(真田幸村)는 전투력 5, 행동력 6으로서 게임 내 최고의 능력치를 자랑합니다. 사나다 유키무라는 극적인 일생과 최후 덕분에 일본에서 매우 인기가 많은 무장, 대하드라마 주인공으로도 다룬 무장인데, 그가 주역으로 활약하는 것을 전제로 만든 게임이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참고로, 이 게임은 1992년 天下布武에서 발매한 게임을 복각하여 게임저널 잡지에 수록한 것이고, 게임 시스템은 1990년 발매한 츠쿠다하비(ツクダホビー)의 '겐신상락(謙信上洛)'의 시스템을 가져온 것입니다.
* '겐신상락' 역시 게임저널 제46호에서 복각하여 수록된 게임인데, 일본 전국시대 우에스기 겐신이 반 오다 세력으로서 오다 노부나가 세력과 대결하는 가상전을 다룬 게임으로서 게임의 재미 측면에서는 '사나다군기'보다 더 낫다는 평입니다. 아무래도 '사나다군기'는 서군과 동군의 병력 차이가 너무 비대칭이라는 점, 동군 플레이어의 경우 증원을 거대한 스택으로 만들어서 오사카성으로 돌진하는 방식의 단순한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보입니다.
게임저널 잡지에는 부록 게임의 배경이 되는 역사를 설명하는 컬럼과, 게임 자체에 대한 분석도 실려 있습니다. 다시금 일본어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당시 동군과 서군 사이에 벌어졌던 대결이 역사적으로 관심이 많고, 워게임을 비롯한 서브컬쳐에서도 즐겨 사용하는 소재라는 점을 새삼 느꼈습니다. 일본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지만, 이 게임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기고 좋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게임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전차군단 : 엘 알라메인 전투, 워게임을 배워보자 (0) | 2022.10.29 |
---|---|
관도전역 보드게임 리뷰 : 官渡戰役 (0) | 2022.10.25 |
오데사 공방전(オデッサ攻防戰) 리뷰 (2) | 2022.10.22 |
커맨드매거진 워게임 룬트슈테트의 싸움 리뷰 (0) | 2022.10.19 |
A Victory Complete 탄넨베르크 전투 후기 (0) | 2022.10.19 |
댓글